2013. 8. 19. 23:05

한비자의 충언 : 설득도 일단 상대방 마음의 문을 열어야 가능한 법



고문기업인 K사의 최부장. 업무때문에 알고 지낸지 5년이 됐는데 아주 강직한 성품이고 항상 정도를 걸으려고 하는 분이다.

최부장이 놀라운 것 중의 하나가 CEO에게 항상 직언을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에둘러 피할 수도 있는 내용을 최부장은 항상 돌직구를 날린다.

그런데 문제는 최부장의 회사 내 평가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조사장은 자꾸 최부장을 피하거나 최부장과의 면담을 피하는 것이 아닌가.

벌써 임원을 달았어야 하는데 계속 임원승진 과정에서도 누락되고 있다.

최부장은 사석에서 '이젠 나도 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 충언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말입니다.'





● 인용


옛날에 탕왕(湯王)은 훌륭한 성인이고 이윤(伊尹)은 뛰어난 지자(智者)였습니다. 그 뛰어난 지혜로 무려 70회나 설명드렸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솥과 도마를 들고 주방일을 맡아 가까이에서 친숙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탕왕이 그 현명함을 알고 등용하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뛰어난 지혜로 훌륭한 성인을 설득해도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데에 이르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윤이 탕왕을 설득했던 경우를 가리킨 것입니다.


- 난언(難言) 편 중에서 -


※ 이윤 – 탕왕 때의 재상, 하(夏)왕조를 타도하고 은(殷)왕조를 새로 여는 데 공이 컸음.







● 생각


한비자의 이 대목을 읽고, 혹시라도 ‘야, 이거 너무 교활한 거 아닌가?’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비자는 대단히 현실적인 지적을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진 신하가 그 좋은 뜻을 전달하려 해도, 리더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뛰어난 이윤 역시 ‘논리로서의 설득’이 먹혀들지 않자, 스스로 몸을 낮춰 요리를 배운 후 ‘요리사’로서 맛있는 음식으로 ‘왕과 친숙해 진 후에서야’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정책과 뜻을 왜 몰라 주는 거요?’라고 리더를 비난하는 충신.


자신의 몸을 낮추더라도 리더의 마음에 들게 한 후 충언을 하는 충신.


한비자는 힘든 길을 통해서라도, 훌륭한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리더로 하여금 자신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노력을 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


결국, 설득을 위해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에 대해 호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Ethos가 중요하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과 한비자의 비유는 괘를 같이 하는 것이라 본다.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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