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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일까? -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것인가?

법률지식정보/법과 정의

by 조우성변호사 2013. 1. 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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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특별사면권,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것인가?>

 

미드 ‘24’에서의 Cool 한 테러리스트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미드) “24”에 자주 나오던 장면.

 

특별수사관인 잭 바우어가 테러리스트 중 한 명을 생포한 뒤 그에게 중요한 정보를 진술하라고 다그친다.

예전 영화에서라면 이런 상황에서 테러리스트는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내 비밀을 지킨다.

 

그러나 미드 “24”에서 테러리스트는 쿨하게 웃으며 정보를 댈 테니 나를 사면시켜 달라면서 아예 대통령의 자필서명이 담긴 사면장(赦免狀)을 팩스로 받아 달라고 한다. 그러면 잭 바우어는 하는 수 없이 대통령에게 사정을 이야기한 뒤 사면장을 받아 테러리스트에 건네고 정보를 얻어낸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우리 헌법상 대통령에게 사면권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사면제도의 의미 및 그 비판

 

사면이 무엇일까?

 

일정한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서 형벌을 받지 않도록 하거나(일반사면), 죄를 지은 특정인의 형 집행을 면제, 또는 형사판결의 선고 효력 자체를 소멸시켜 버리는 대통령의 처분을 말한다(사면법 제5).

 

그런데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면인 특별사면의 경우, 일부 정치사범이나 재벌총수들에게 면죄부처럼 주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여론의 비판대상이 되곤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이러한 사면권이야 말로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식으로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사면권이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면 왜 헌법에 이러한 사면권 조항이 있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사면법이란 것이 존재하고 있을까?

 

사면권에 대해서는 워낙 비판적인 여론이 많기 때문에, 이번 원고에서는 사면권이 갖는 다른 측면을 거론해 보고자 한다. 이것이 이번 원고의 집필 목적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3권 분립 위배인가?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이 서로 대등하게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만이 국민의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다. 이러한 3권 분립제도는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그 효용성이 입증된 시스템이다.

 


3권분립론의 '몽테스키외'

그런데 사면권은 사법부가 유죄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행정부가 그래도 용서해 주자라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명백한 3권 분립 침해 아닌가?

 

3권 분립의 뜻이, 3권이 완벽하게 독립되어 서로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때로는 한쪽 권력이 다른 쪽 권력에 대해 칼을 들이대기도 한다.

 

행정부가 국회를 공격하기도 하고(대통령의 국회해산권), 사법부가 행정부의 권한을 중지시키기도 하며(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권), 사법부가 국회의 중요한 부분을 심판하기도 한다(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권).

 

즉 진정한 3권 분립이란, 3개의 권한이 서로 전혀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권한에 대해서 일정한 견제도 가하면서 그 힘의 균형을 잡아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사법부의 판단을 행정부가 뒤집는 것처럼 보이는 사면권은 그 자체로서 3권 분립원칙의 위배라고 볼 수는 없다.

 

 

법관과 대통령, 누가 더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존재인가?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사면권에 대해 국민들이 갖고 있는 불편한 심정의 근저에는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법관의 판단이 대통령의 판단보다 항상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좀 더 나아가 국민에 대한 책임의 관점에서 법관과 대통령 중 누가 더 국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할까?

 

프랑스 절대 왕정의 관료귀족을 법복귀족(法服貴族)이라 불렀다.

 

16세기 무렵 관직 매매 제도를 통해 주로 사법(司法) 관계의 관직을 사서 귀족의 신분으로 오르게 된 신흥 귀족을 의미하는 이 법복귀족은, 부를 소유하고 관직을 장악했으며 보수화되었기에 프랑스 혁명세력들은 이들이야 말로 타도해야 할 구세력으로 규정했었다. 우리가 자유를 위한 투쟁의 대명사로 생각하는 프랑스 대혁명이 타겟으로 한 대상에는 사법부의 귀족들이 포함되어 있었음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우리와 같은 직선제 국가에서는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한다. , 국민은 직접적으로 대통령의 선출에 관여한다.

 

반면 법관의 선출에 국민이 관여할 수 있는가? 법관은 사법시험을 합격한 수재들이 일정한 절차에 따라 자기네들의 경쟁에 의해 선출되는 것일 뿐 국민들이 그 과정에 관여할 여지는 전혀 없다. 적어도 선출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대통령의 선출과정이 훨씬 민주적이다.

 

또한 대통령은 국정 운영을 해 나가면서도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를 받는다(대부분 야당에 의해서이겠지만). 만약 문제가 있을 경우 국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발의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법관들은 국민이나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로부터 직접적인 견제를 받는 경우란 거의 없다. 결국 업무집행 과정에서도 국민 또는 국민의 대표들로부터 감시와 견제를 더 많이 받는 것은 대통령이다.

 

이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과연 법관이 항상 대통령보다 민주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어려움이 존재하지 않는가?

 

 

사법부의 보수화는 누가 견제할 수 있을까?

 

미국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뉴딜정책을 실시한다. 시장경제에만 맡겨 두기에는 경제상황이 너무 악화되자 결국 국가가 개입을 하는 수정자본주의에 근거한 경제정책을 실시하게 되었다.

 

그러자 미 연방대법원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이 반영된 중요한 법률들에 대해 연방헌법에 규정된 자유주의 혹은 적법절차 조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과감히 위헌 선언을 했다.

 

대법관들은 뉴딜정책이 자칫하면 자유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자유방임주의를 신봉하는 보수화된 대법관들의 결정이 국민들의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안이한 판단이라고 분노하면서 연방 대법관 수를 최대 15명까지 늘릴 수 있도록 아예 제도 자체를 바꾸려고 시도하기까지 했다.

 




사법부는 기본 속성자체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그 보수적인 성향이 거시적인 국가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법관의 판단이 대통령의 판단보다 훨씬 더 민주적이고 국민의 이익에 부합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렇게 단정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국민들의 사면권에 대한 불편한 시선

 

이상에서 본 것처럼 사면제도 그 자체는 실질적인 3권 분립을 위해 행정부에게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보수화되거나 미시적인 법률판단에 근거한 결정을 보완하는 의미로서의 미덕을 분명 갖추고 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재벌 총수들에 대한 사면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A회장은 과거 15천억 원대의 분식회계로 징역형을 받았지만, 석달도 안 돼 사면을 받았다.

 

B회장은 지난 2009년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 집행유예 5년을 받았지만 동계올림픽 유치 기여를 명분으로 139일 만에 특별사면 조치됐다. C회장 역시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로 3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두 달 반 만에 사면됐습니다.

 

1990년 이후 징역형을 선고받은 10대 재벌 총수 가운데 실형을 산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으며, 집행 유예된 처벌마저도 예외 없이 사면 받았다. 형이 확정된 후 사면 결정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9개월에 불과하다.

 

남은 문제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면 결정과정이 간단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는 그러한 사면결정이 가져올 정치적 부담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수많은 이들의 고용을 책임지고, 대기업 편중 경제구조 하에서의 재벌총수들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고려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법률에 따라 특정 범죄 행위를 처벌하는 법관의 판단 못지않게, 위법행위를 했음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범죄인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치열하게 고민한 대통령과 국정운영자들의 고려가 분명 있었으리라 믿는다.

 





다만 국정 운영자들의 고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의 사면권(특히 특별사면권)이 너무도 남발되어 왔고, 그 정당성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라건데 

국민의 대통령에 의한 사면권은

무책임한 면죄부 발급으로서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법 그 너머에 존재하는, 아니 실정법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정의와 형평까지 고려한 사면권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관련조문>

 

헌법 제79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사면법 제9(특별사면 등의 실시)

특별사면, 특정한 자에 대한 감형 및 복권은 대통령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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